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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서투른 끄적임

思索의 誓狀

by 늘보고영 2024. 4. 23.

사색의 서장

 

 

 

1. 과거

 

시간의 저편으로부터 건너온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갈망하던 것이 있었다. 사람을 원했으나 사람과 이어지지 못한 채, 시린 감각만이 계속해서 맴돌며 내 안에 독을 뿌려나갔다. 성인이 되고 사회성을 기르며 사람과 진정으로 이어지는 법을 깨달아, 시린 독소를 어느 정도 해독했다. 하지만 기억의 시작점부터 존재해온 그 공허감은 사람으로도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도 답을 내려주지 못하고, 누군가는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정답이 없다 말하는 그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질문을. “네 뜻하는 바를 행하라”는 여느 책의 서장에 등장하는 근원적인 그 질문을,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져왔다. 

내 “뜻하는 바”가 대체 무언가?

 

 

2. 현재

 

나에 관해 알아간다는 것은 내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답은 사실 내 안에 있었다. 언젠가부터 결이 맞는 곳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기로 했다. 내 영혼을 잡아끄는 곳, 내 영혼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해 헤엄쳐가기로. 마침내 닿을 때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것들이 내 눈을 가리고 있다. 겹겹이 감싸인, 촘촘이 덮힌 정보들이 내가 누구인지 쉽게 찾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내 눈을 가린다. 내 뜻하는 바를 알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지금 이 순간에만 나를 붙잡아둔다. 그러나 나는 깨닫는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내 영혼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생각하고, 혐오에 싸인 시대에 대하여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곳으로. 나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찾아갈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죽은 채 살아온 후로, 이제 더는 죽어있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내 감정이 출렁이며 때로 불에 덴 듯한 고통도 겪게 된다 하더라도 이겨낼 것이다. 나는 속의 불을 어떻게든 태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니까.  '우리 모두는 진창에 빠져 있지만 그 중 누군가는 고개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에 따라, 더는 참을 수 없는 내 안의 불을 가져가기로 한다. 어떤 타협도, 어떤 회피도, 어떤 망설임도, 어떤 습관도, 어떤 자책도, 어떤 후회도, 어떤 괴로움도 이것을 막을 수 없다. 점점 커져버린 이 불길은 마침내 그 모든 것마저 재료로 삼아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돌이킬 수도, 멈출 수 없다. 

 

 

3. 약속 (미래)

 

나를 돌아보기로.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로.

그리고 내 선택을 믿고 나아가기로. 

 

찾았다면 절대 놓치지 마.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것도 나에게 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너의 마음을 믿고 나아가자. 미래의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