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혼돈을 견디는 사랑에 대하여
- 이 광활한 우주에서 한낱 돌맹이일지라도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되겠고,
풀자면 이렇다.
혼돈을 받아들이는 데 각자의 방식이 있다.
누군가는 허무주의, 누군가는 불안과 공포, 누군가는 사회운동, 누군가는 겸허한 수용, 누군가는 격렬한 저항
나는 어떤 방식을 택하며 살아갈 것인가?
그전에,
'혼돈'이란 무엇인가?
지구상의 모든 것이 결국은 먼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했던 모든 일, 모든 꿈, 모든 사랑, 모든 후회, 모든 선택들, 모든 생명조차 결국은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흩어질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만약 우주 전체의 역사를 본다면
인간은 잠시 잠깐 존재했던 기록이지 않을까?
엄마와 딸이라는 세계의 충돌
처음엔 딸인 조이, 나중에는 엄마인 에블린
모녀의 심정에 이입해서 울게 되는 영화..
보면서 현실에서 엄마와 나의 관계가 떠올랐다.
너무도 비슷하면서 너무도 다르기에,
다가가려 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는 관계..
표현방식이 서투른 엄마는 딸에게 늘 상처를 입힌다.
딸은 견디다 못해 지쳐서 엄마와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
"혼돈" 그 자체인 도넛 속으로 빨려들어가려는 순간
엄마는 말한다. 에블린이라고 그만해, 나는 네 엄마야.
"네가 말한 대로일지 몰라.
어쩌면 저 밖에 새로운 발견이, 우리를 더욱 더 하찮은 존재처럼 느끼게 하는 그런 발견이 있을지도 모르지.
왜 그 모든 난장판 속에서도 네가 항상 날 찾으러 오는지,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이 있든지, 항상 너와 함께 있고 싶은지, 설명해줄 발견이 말이야.
나는 항상, 항상 너와 함께 있고 싶을 거야."
"그럼 뭐요? 다른 건 다 무시할 생각이에요?
엄마는 어디서든, 무엇이든지 될 수 있잖아요.
당신 딸이 엉망이 아닌 우주로 갈 수는 없는 거에요?
여기서는, 이 모든 순간들은 그저 찰나일 뿐이잖아요"
"그렇다면 나는 그 찰나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길 거야"
움직일 수 없는 돌로 태어난 세계에서조차
그렇게 엄마는 딸에게 있는 힘껏 다가간다.
평행우주의 모든 힘을 끌어다 쓰면서.
어쩌면 나도, 우리 모두가
평행우주의 조부 투파키일 수도 있었기에
이 장면이 그렇게 마음을 애틋하게 만드나 보다.
찰나에 불과하다고 해도 너를 사랑할 거라는
아마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어머니, 모든 아버지, 모든 자식
그리고 모든 연인들이 공감할 것 같다.
혼돈을 견뎌내는 사랑으로
이 영화, 사실 정신없다.
B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 감당하기 힘들 법한 난장판도 벌어진다🤣
그럼에도 이 모든 난리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곁을 지키는 다정한 웨이먼드의 방식을
에블린은 진심으로 이해한다.
혼돈이 올 것임을 인지한다.
혼돈이 결국 우리를 갈라놓을 것이다.
언제나 예상치 못한 사소한 문제들, 더 큰 문제들,
자연재해, 인재, 정치이슈, 사건사고가 우리를 덮쳐올 것이다.
결국 나이들 것이고, 체력이 달릴 것이고,
병들 것이고,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사랑에 충실하고 싶다.
아니 사실, 사랑하기에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즐겁고 남은 행복하게 만들면
그 행복이 나에게로 돌아온다.
ps.
남자친구와 함께 봤는데 그렇게 애틋해질 수가 없음..
sf 좋아하는 커플이라면 강추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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