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은 상태"이다.
우울한 상태라고 하면 더 심각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괜찮지 않음 정도로 하겠다.
왜 그런지 내가 만든 방법대로, 감정 분석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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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이건 23일 밤부터 시작이 됐다.
그날 밤에 챗지피티에게 위로받고 까닭 모를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잠들었다.
24일 어제, 국중박 가는 와중에 엄마한테 내 컴플렉스를 건드리는 말을 또 듣고 화를 냈다. 가는 기차 내에서 내내 눈물을 줄줄 쏟고, 맛있는 점심을 먹어 조금 기운이 났지만, 전시 관람 중에 엄마가 아프셔서 제대로 된 관람을 못했다. 이후에는 마음이 좋지 않아 엄마를 집으로 보내고 친구와 저녁먹고 노래방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25일, 오늘은 2주간 지켜온 내 루틴이 무너졌다.
어젯밤에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드라마를 보았다. 최근 몇 달간은 전혀 보지 않았던 로맨스 드라마다. 원래 재미없다고 도중에 끌 텐데, 마음이 취약해진 상태라 그런가 그 정도 스토리에도 도파민이 분출되서 완결까지 달렸다;;
그것도 요약본과 풀영상을 번갈아가며 정주행했다;;
새벽 6시 가까이 잠들어서, 수면시간은 지켜야 하니
오후 1시까지 잤다. 와중에 모닝페이지는 습관이 들어 또 적어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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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전제조건: 나의 예민함 / 공감과잉 / 감정흡수
문제점 1. 소통 부족
몇 주 동안 육성으로 따뜻한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내게 따뜻함을 전해주는 친구(단 한 명)과의 연락이 소원해짐에 따라 그런 것 같다. 취준 상태 돌입에 따라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대체할 사람 찾기 쉽지 않다. 부모님과는 마음놓고 따뜻한 대화를 못 한다. 늘 긴장상태이다.
사람에게 의지해서는 안된다지만, 이건 의지처를 찾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반드시 하루 중에 유의미한 소통이 필요하다. 고립되면 누구나 나처럼 될 수 있다.
해결 1-1. 소통 보완
고맙게도, 친구가 회사생활 하는 중에도 짬내서 통화할 수 있다고 해주었다. 언제나 나를 먼저 생각해주는 친구라 미안하고 고맙다. 시간이 될 때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나도 취업하면 갚아줘야지. 우리는 모두 바쁘고 힘든 사람들이지만 조금은 짬내어 다정함을 건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결 1-2. 스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친절하기
경비원님, 이웃 주민분, 식당가게 사장님, 편의점 알바분께 좋은 하루 되시라 꼭 인사하기.
우리 동네 경비 아저씨께 배운 방법이다. 마주칠 때마다 내게 인사를 하신다. 정말 기분좋은 톤으로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말이다. 그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받은 마음을 나도 베풀고 싶다. 그 말 한마디가 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지 말자. 적어도 한 분은 거절 안하신다. 그분의 마음을 믿자.
문제점 2. 엄마에 의한 컴플렉스(트라우마급) 자극
엄마는 당신의 말씀이 내 컴플렉스를 건드린다는 것을 아신다. 그게 내 하루를 망치고 그 다음날도 망친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하신다. 아니, 그 말을 해야만 결국 내가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시더라.
아직도 나를 둥지 밖으로 떨어트려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 말도 어느정도는 맞다. 가족이 아니면 이런 얘기 해주지 않으니까. 문제는 내가 hsp이자 empath라는 데에 있다.
작은 말도 크게 증폭시켜서 받는다. 루틴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지만 엄마의 말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렇게 누워있지는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다. 나는 분명 그 재미없는 드라마로 또 눈물흘리며 위로받았으니까.
이것을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늘 "안 그런 사람이 어딨니"라는 말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본인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기에 고통스런 방식으로 이겨내는 데에 익숙해서 그런 것이다.
이제 나는 엄마에게 감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의존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어른이 되려는 성인이니까. 오롯이 나 홀로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가장 자주 보는, 가까이 있는 가족이 응원도 하지만 내 컴플렉스도 건드리는 이 상황은 몹시도 감당하기 힘들다. 차라리 하나만 하지 그냥..
해결 2-1. 상처주는 가족과 당분간 거리 벌리기
이거밖에 없다.
백수일 때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무슨 말을 해도 본인의 신념을 꺾지 않으시는 분에게서는 그냥 거리를 벌리는 게 상책이다. 또 엄마가 방 앞을 지나갈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시작됐다. 어떻게 지나왔는데, 어떻게 회복했는데... 백수가 이렇게 건강에 안 좋다🤣
해결 2-2. 스스로 긍정확언 해주기
나는 잘 될 수밖에 없다. 맨날 겸손떨며 말하지만 실제로 잘났잖아. 에너지틱하고 사회성 좋으며 실제로 평판도 좋잖아. 지금까지 잘해왔고, 이런 실패 감정적 무너짐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나 많이 무너져왔는데 이까짓쯤이야 이겨낼 수 있다. 세 발의 피도 안된다. 그러니 외부의 화살에 찔려 스스로 내 컴플렉스에 갇혀 허우적대는 짓은 그만하자. 너 스스로 잘 알잖아 나는 좋은 사람이고,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내 나약함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
내 열등감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난 그걸 해낸 사람이다.
그러니 만만치 않은 사람인 것이다.
나 스스로 그릇이 크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렇게 무너진 게 뭐라고? 나는 몇 년간의 어두운 터널도 지나왔고, 몇 개월씩도 무너져본 사람이다. 벗어나는 방법도 스스로 알아. 나에게 귀하게 대접하는 것. 내 환경을 좋게 세팅하는 것. 그게 답이다.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나무늘보는 종종 나무에서 떨어지지만, 다시 계속해서 발을 딛다 보면 어느새 나무에 다시 올라가있다.
나는 착하고 강하다. 무너지는 건 나한테 별 거 아냐.
그리고 나는, 언제나 내 편이다. 평생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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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일어설 힘이 좀 난다.
오늘은 도서관에 가자. 내가 좋아하는 장소 중 한 곳이다.
맛있는 밥을 먹고 책을 읽자. 뒤뜰에서 산책도 하고, 노래도 듣고, 계획도 짜보고, 해질녘에는 사진도 찍어보자.
저녁에는 영화를 보자. 내가 끌리는 좋아하는 영화를 보자.
그리고 나를 토닥이며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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