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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2025 : 서른 세(만 28) 기록

42.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by 늘보고영 2025. 3. 10.


가수 휘성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렇게나 힘들었던 걸까?
정말 예술가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는 힘든 걸까?
이런 밤에는 나도 멘탈이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계속 거듭해서 다짐한다. 그러지 않을거라고.
나를 세상에 묶어두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 많다.
자꾸만 감정이 날 끌어내리려 할 때는 기억해야 한다.
제발 괜찮냐고 물어봐줘. 사실 안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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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슬펐던 밤입니다.
슬픔을 넘어선 고통이 나를 덮치기 전에
나는 현생에 굴복해 자러가야만 했어요.
어쩜 이리도 잔인한지요
애도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이 현실은요
틈내어 쪼개서라도 애도해보는 시간입니다.

한 청년의 죽음에 이렇게 아파하는 까닭은
어린시절 베란다를 앞에 두고 가만히 보며
기나긴 두려움과 나약함에 관해 생각했던
수많은 밤들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가 예술가의 영혼을 지닌 이여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타인의 아픔에 나까지 아파버리는 사람이라서인지도 모릅니다. 이후에 남겨질 이들의 슬픔마저 미리 공감해버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세상과 작별하는 과정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최소한 영혼의 형태로라도 안식을 찾았을까요. 어떤 작품 속, 불가피한 죽음을 맞아야만 하는 이들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서 영혼의 형태로 그들을 배웅했던 이가 떠오릅니다.

반복되는 죽음들에 무뎌질 것만 같은 이 마음들이
그럼에도 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 마음들이
무엇을 위해서냐고 계속 자문하다 지친 마음들이
또한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떠올릴 마음들이
다치고 아파하는 모든 마음들이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제 피드에 적을까 하다가 이 글마저
누군가의 마음에 영향을 줄까 싶어
이곳에만 살짝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