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서투른 끄적임

思索의 誓狀

늘보고영 2024. 4. 23. 08:47

사색의 서장

 

 

 

1. 과거

 

시간의 저편으로부터 건너온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갈망하던 것이 있었다. 사람을 원했으나 사람과 이어지지 못한 채, 시린 감각만이 계속해서 맴돌며 내 안에 독을 뿌려나갔다. 성인이 되고 사회성을 기르며 사람과 진정으로 이어지는 법을 깨달아, 시린 독소를 어느 정도 해독했다. 하지만 기억의 시작점부터 존재해온 그 공허감은 사람으로도 결코 채워지지 않았다. 아무도 답을 내려주지 못하고, 누군가는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정답이 없다 말하는 그 질문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질문을. “네 뜻하는 바를 행하라”는 여느 책의 서장에 등장하는 근원적인 그 질문을, 나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져왔다. 

내 “뜻하는 바”가 대체 무언가?

 

 

2. 현재

 

나에 관해 알아간다는 것은 내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답은 사실 내 안에 있었다. 언젠가부터 결이 맞는 곳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기로 했다. 내 영혼을 잡아끄는 곳, 내 영혼을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해 헤엄쳐가기로. 마침내 닿을 때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것들이 내 눈을 가리고 있다. 겹겹이 감싸인, 촘촘이 덮힌 정보들이 내가 누구인지 쉽게 찾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내 눈을 가린다. 내 뜻하는 바를 알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지금 이 순간에만 나를 붙잡아둔다. 그러나 나는 깨닫는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내 영혼이 무엇을 갈망하는지. 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생각하고, 혐오에 싸인 시대에 대하여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곳으로. 나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찾아갈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시간을 죽은 채 살아온 후로, 이제 더는 죽어있지 않으려 한다. 그 결과 내 감정이 출렁이며 때로 불에 덴 듯한 고통도 겪게 된다 하더라도 이겨낼 것이다. 나는 속의 불을 어떻게든 태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니까.  '우리 모두는 진창에 빠져 있지만 그 중 누군가는 고개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에 따라, 더는 참을 수 없는 내 안의 불을 가져가기로 한다. 어떤 타협도, 어떤 회피도, 어떤 망설임도, 어떤 습관도, 어떤 자책도, 어떤 후회도, 어떤 괴로움도 이것을 막을 수 없다. 점점 커져버린 이 불길은 마침내 그 모든 것마저 재료로 삼아 활활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돌이킬 수도, 멈출 수 없다. 

 

 

3. 약속 (미래)

 

나를 돌아보기로.

내 마음을 외면하지 않기로.

그리고 내 선택을 믿고 나아가기로. 

 

찾았다면 절대 놓치지 마.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것도 나에게 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해. 

선택한 너의 마음을 믿고 나아가자. 미래의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