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타고나버린 예민함
타고나버린 예민함.
내가 이미 태어날때부터 갖고 있었던, 자라나기 시작한 내 안의 무언가.
우울하기 시작하면 바늘끝처럼 날카로워지는 예민인 , HSP 그게 나구나
나는 그런 나를 너무 잘 아는 거야 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무와도 관계맺지 않고 아예 문을 닫아버려왔던 거지.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는구나. 다 괜찮아보였던 거구나.
-
친구에게.
우리 엄마는 삶에서 한번 크게 실패한, 크게 무너져버린 아빠를 감당하지 못했어.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를 정년까지 다니고, 사회생활을 통해 인맥을 넓히고, 그런 회사에서 자녀에게도 어느정도 혜택이 돌아가고, 그런 삶을 '정상'으로 규정짓고, 여기에서 크게 갈라지는 길을 선택한 아빠의 삶은 '비정상'으로 규정지었어. 그런 아빠를 닮은 나를 항상 걱정하고, 안쓰러워하고, 본인이 뭔가 잘못한 게 있어서 내가 저리 되었나 걱정하고. "너도 아빠 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상처였어. 내가 아빠 같은 건 내가 자식이고, 심지어 예민함의 기질을 고대로 물려받아버렸으니까 당연한 건데, 그 자체로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걸 견딜 수 없었어. 그 말은 나도 '비정상'으로 자랄 확률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잖아.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받길 원하는데,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게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상처야.
…이 상처를 상처라고 인식하기까지 그리고 지금 말로 꺼내놓기까지 굉장히 오래걸린 거 같아. 사실은 상담이 이틀뒤라, 그때도 하려고 했는데 말이 흩어져버릴까봐 ㅋㅋㅋ너한테 먼저 보내보는거
네가 건강한 상태라 다행이야.
조언은 아무것도 안해줘도 괜찮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어주면 고마울 거 같아 ㅎㅎ
-
그래서, 나는 그런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언젠가부터 나는 '정상인'으로 자라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예민함을 관리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이런 건 남들도 다 하는 거야, 엄마도 힘들었어, 그러니 나도 할 수 있어, 같은 말들로 대충 뭉개놓고.
나도 아빠와 같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고, 아빠가 받아들일 순간이 오면 적절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엄마는, 예민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맞나.....?
테스트를 시켜봐야겠다. 어느정도 예민인인 건 확실한데, 나만큼이지는 아니다 싶다. 어떤 부분이 예민하고 어떤 부분이 둔감한지 알아야겠다. 그래야 나랑 어떤 부분을 공감하고 어떤 부분은 문을 닫고 있어야하는지 확실해지겠다.
밖에 나가야지. 나가서 책도 읽고 다꾸도 해야겠다.
그렇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