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23 : 스물여덟 살 기록

31. 고양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늘보고영 2023. 11. 5. 01:48

 

 

친구랑 전화하다가 얘기했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강아지보단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 같다. 

물론 이 동네에 이사와서 호야, 먹식, 삼색 세자매와 엄마인 치즈, 그리고 까미를 만나 고양이와 닿는 애정을 알았기 때문이 크다.

 

고양이들은 늘 조심스럽다.

아무리 개냥이라 해도 정말 개들처럼 꼬리를 치고 짖으며 달려오진 않는다

(..... 아닌가 예외로 야옹거리며 달려오는 아이들이 삼색이 세자매들이긴 하구나)

'거의' 대체로 조심스럽다. 다가와서도 마냥 부비지는 않고, 주위만 맴돌기도 하고, 쓰다듬을 받다가도 자기들 기준에서의 하루치 접촉 분량이 충족된 후에는 미련없이 가버리는 쿨함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이동하는 배터리 같기도 하다(.....친구 왈)

 

그들의 그러한 "자유"가 보기 좋다. 사랑스럽다.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애정을 갈구하는 존재들.

나도 비슷해서일까. 거리감은 두고 싶지만 동시에 이어지고 싶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겠어서.

나도 너희와 같아, 내가 너희와 동일한 생물학 언어로 쓰여져 있듯이. 

 

세상의 감각에 예민한 신경다양인이자 내향인으로서도 공감한다.

그들은 새소리, 바람소리, 차소리, 사람이 지나가는 소리, 말소리 하나에도 귀가 쫑긋댄다. 시선이 돌아간다.

나도 그래. 익숙해서 알고 있음에도 언제나 시선은 돌아가. 신경이 쓰여. 

본능적인 위협을 언제나 감지하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길 바라는 것일까.

 

그래서 부드러운 털과 깊은 우주를 품은 듯한 눈동자만큼이나 그 성격도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