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고영 2023. 10. 21. 23:14

어느날 빈속에 모구모구를 마시고 어지러움이 확 몰려왔다.
이전엔 밥을 챙겨먹지 않고도 얼마든 들이키던 음료다.
언젠가부터 조금씩, 스무디가 달다고 느껴졌다. 20대 초반엔 내 카페 단골메뉴는 스무디였다. 이제는 차 종류가 되었다.

좋아하던 단 음식들을 더 이상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알게 되는 경험은 낯설다. 그건 어른의 감각이야, 하고 늘 생각하던 것.
낯설고도 먼 감각을 직접 체감하는 순간 시간의 나이테를 훅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내 몸은 정말로 시간을 지나고 있구나.
그렇다고 나는 정말 어른이 된 걸까? 어떻냐 하면, 아직 아니다.
아직은 계속해서 근접만 하고 있을 뿐, 나는 어쩌면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는 꼭짓점을 향해 달려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나름대로, 멋진 일 같다. 도달하지 못하는 이상향을 향해 평생을 달려서, 나를 조금 더 가까운 점에 위치시키는 일.

오늘은 어제보다 한 발짝 더. 내일은 오늘보다 한 발짝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