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9월, 어떻게 보냈나요
나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한 달이었다. 노력(손보단 주로 정신적 기력소모)에 비해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서 힘들었다.
요 한달간 매번 해오는 결과에 비해 스스로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만족스럽지 않아서 계속 다시 하다보니 성취감이 없음+ 끝없는 레이스에 갇힌 기분에 속도가 안나다보니 작업량도 적고 계속 미뤄졌었다.. 거기다 ad특유의 기질에 우울 불안이 합쳐지니 정말 최악의 컨디션으로 건강하지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악순환인 매일이 반복되었다.
한번은 밤을 샜는데 전혀 진도가 안나간 상태였던 적도 있었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만 염불외면서 손을 못대던 상태) 수업 전날에 그러고 나니 공황이 몰려와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포기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말았다. 포기만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피드백이 9할인 수업을 가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어서 갈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럽고 시간과 돈이 아까워 괴로웠다.
수업을 포기하기로 한 이후 정말 웃기게도 우울과 불안은 씻은 듯이 사라졌고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려 일을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쉬어야지 하고 친구랑 여행일정도 잡았다.
그러던 차에, 연락이 왔다.
너무 감사하게도.... 열심히 해온게 아깝다고 종강 이후에 피드백을 받아주시겠다고 하신다...
부끄러웠고 내가 다시 힘낼수 있을까...또 걱정이 생겼지만 조금만 더 힘내보기로 했다.
지쳤을 때는 이런 감성이 땡겨.
배움은 언제나 수치심, 인내심과의 싸움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은 끝없는 터널을 지나는 것 같지만 나야ㅡ 넌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 조금만 더 힘내자
주변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묵묵히 존버하면서, 나를 믿으면서.
누군가는 이런 시기를 유쾌하게 넘길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나는 아니라서..
너무 생각이 깊은 탓에 쉽게 진지해지곤 해서, 늘 그렇더라 유쾌하게 넘기질 못하겠더라.
그게 너무 반복되니까 요새는 그래 그냥 받아들이자.. 나와 타협하자 하는 중이다.
알간지 영상을 보다가 친구에 관해 문득 든 생각
내가 좋아하는 너의 장점은 내가 답답해하는 너의 단점과 같이 오는 것이기에
너의 단점을 없애려고 들면 내가 사랑한 너의 장점도 같이 없어진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나는 답답할 때마다, 그걸 상기하면서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너도 그렇게 해주고 있을 것 같아서..
너에게 늘 많이 배운다는 사실을 넌 알까?
네 자서전의 큰 비중을 내가 차지할 거라 했지, 나도 마찬가지야..
나 역시 투머치한 진지함 예민함이 단점이지만, 그게 또 섬세함과 뛰어난 감수성과 공감력이라는 장점과 같이 오기에..
이제는 종교가 없지만 이게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삶은 언제나 버겁고 아프지만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
아팠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동도 곳곳에 숨어있다.
무지한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없는, 모순성이 내포한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