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질 들뢰즈
“삶은 흐르고, 연결되고, 끊임없이 변하며, 창조되는 것이다.”
1. 차이와 반복 (Difference and Repetition)
들뢰즈는 서양 철학이 '동일성'에 중점을 둔다고 비판하며, 대신 '차이'를 중시했습니다. 모든 것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봤습니다. 쉽게 말해, 오늘의 당신은 어제의 당신과 '비슷해 보여도' 완전히 같지 않다는 개념입니다.
2. 리좀 (rhizome)
뿌리줄기처럼 중심이 없이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나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는 위계적 구조가 아닌, 잔디처럼 어디서든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는 열린 체계를 제안했습니다.
3. 욕망하는 기계 (desiring-machine)
인간을 단순히 감정이나 본능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욕망이 흘러나오는 구조로 봤습니다. 이건 ‘욕망은 결핍에서 온다’는 프로이트적 시각을 부정합니다. 욕망은 뭔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냥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연결되는 힘입니다.
4. 되기 (becoming)
고정된 '존재'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되기'의 과정을 중요시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 되기’, ‘동물 되기’, ‘예술 되기’ 같은 개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제로 동물이 되라는 게 아니라, 자기 경계를 넘어서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다른 감각이나 시선을 받아들이는 걸 말합니다.
5. 주름 (fold)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사실은 하나의 연속된 '주름'일 뿐이라는 개념입니다. 마치 종이를 접으면 안과 밖이 생기지만 사실은 하나의 종이인 것처럼요. 인간의 정신도, 세계도 마치 천처럼, 종이처럼 접히고 또 접히면서 계속 새로운 면을 드러낸다고 봤습니다. 삶은 평면이 아니라, 복잡하게 접히고 펼쳐지는 다층적인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6. 안티 오이디푸스(Anti-Oedipus) (공저: 펠릭스 가타리)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처럼, 사람을 억누르는 구조를 거부했습니다. 기존의 정신분석학은 가족, 억압, 금지 같은 고정된 틀로 인간을 해석하려 했으나, 들뢰즈는 사람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7. 기관 없는 신체 (Body without Organs, BwO)
사회적 규범과 틀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에너지와 욕망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기관’**은 여기서 단지 장기(organs)만이 아니라, 역할, 구조, 기능을 뜻합니다.
즉 '기관 없는 신체' 란 정해진 질서나 역할에서 벗어난 상태, 무한한 가능성의 상태를 뜻합니다.
순수하게 욕망하고 존재하는 상태.
8. 소수성 (minority)
들뢰즈는 지배적인 표준이나 다수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 '소수적' 방식의 사고와 삶을 중요시했습니다.
**다수자(majority)**는 권력, 표준, 규범
**소수성(minoritarian)**은 반드시 인구가 적은 게 아니라, 기존 질서에 저항하고 전복하는 흐름
예시:
어떤 남성이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여성 되기’를 실천할 때, 그건 단순히 성 역할을 바꾸는 게 아니라, 고정된 정체성을 넘는 전복적인 행위
‘아이 되기’, ‘동물 되기’, ‘광기 되기’
핵심:
“되기(becoming)”를 통해 기존 규범을 흔들고,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
들뢰즈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창조적이고 긍정적입니다. 그는 기존의 제한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하며, 우리의 사고방식도 그만큼 유연하고 창조적이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주요 저서
- 『차이와 반복』(Difference and Repetition, 1968) - 들뢰즈의 대표작으로, 서양 철학의 동일성 중심 사고를 비판하고 차이의 철학을 전개합니다. 그의 독자적인 철학 체계가 본격적으로 제시된 작품입니다.
- 『의미의 논리』(The Logic of Sense, 1969) - 의미, 사건, 시간에 관한 복잡한 이론을 전개하며, 루이스 캐럴의 작품을 통해 철학적 문제들을 탐구합니다.
- 『안티 오이디푸스』(Anti-Oedipus, 1972) - 펠릭스 가타리와 공동 저술한 작품으로, 정신분석학과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욕망하는 기계'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자본주의와 분열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천 개의 고원' 연작의 첫 번째 권입니다.
- 『천 개의 고원』(A Thousand Plateaus, 1980) - 역시 가타리와 함께 쓴 작품으로, '리좀', '되기', '평활한 공간과 홈이 패인 공간' 등의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비선형적인 구조로 쓰여진 실험적인 텍스트입니다.
- 『시네마 1: 운동-이미지』와 『시네마 2: 시간-이미지』(Cinema 1 & 2, 1983, 1985) - 영화 이론과 철학을 결합한 작품으로, 영화의 운동과 시간 표현에 관한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 『칸트의 비판철학』(Kant's Critical Philosophy, 1963) - 들뢰즈의 초기 작품으로, 칸트 철학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 『니체와 철학』(Nietzsche and Philosophy, 1962) - 니체의 사상을 프랑스 철학계에 새롭게 소개한 작품으로, 들뢰즈 자신의 철학적 방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푸코』(Foucault, 1986) - 미셸 푸코에 대한 들뢰즈의 해석과 평가를 담은 책입니다.
- 『스피노자: 실천철학』(Spinoza: Practical Philosophy, 1970) - 스피노자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The Fold: Leibniz and the Baroque, 1988) - 라이프니츠의 철학과 바로크 예술을 '주름' 개념을 통해 연결하며 분석합니다.
이 책들은 들뢰즈의 사상이 발전해온 궤적을 보여주며, 그의 독창적인 철학적 개념들이 다양한 주제와 영역에 적용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