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빨라서
2년 전, 처음 보았을 땐 이랬던 아이들이




이제는 ....이렇다.




털에 윤기가 차르르 흐르고 에너제틱했던 삼색이 자매들은 눈꼽이 끼고, 꼬질해지고, 행동이 느려졌다.
날렵한 캣초딩이었던 얼룩이는 이제 확대된 성묘가 되었다.
삼색이들 3~4살 --> 5~6살 (추정)
얼룩이 1살 --> 3살 (추정)
고양이는 대여섯살만 되어도 중년으로 접어든다.
에너지가 확실히 줄고, 차분해진다.
삼색이들은 이제 더 이상 아무에게나 치대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에 좀 당한 일이 있어서 더 그러는 듯하다.
그래도 정말 순한 편이라 나에겐 하악질 한번 한 적이 없다. 할퀴거나 문 적도 당연히, 없다.
사실 길냥이로서 너무 순한 편이라 아무한테나 이러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사람은 가리는 듯하다.
나한테만은 배와 발바닥 젤리까지 내어준다.


매 겨울을 버티고 이렇게 나에게 와주는 게
어찌나 사랑스럽고 기특한지.
길냥이에게 시련의 계절인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몸무게가 제법 나가야 한다고 한다. 체지방을 비축해놓아야 혹독한 추위를 견디나보다. 호야는 제법 뚠뚠해서 조금 수월하게 나지만, 미야와 먹식이는 이제 힘들어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호야 다이어트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했네.. 맘이 아프고 안쓰럽다.
해가 갈수록 아이들은 힘들어할 텐데 경제력과 공간만 허락한다면 이 세 친구들의 노년을 내가 좀 더 편안하게 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준비되기 전에 이들의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버릴 것 같아서 .....
그저 지금으로선 말없이 옆에서 사랑을 가득 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얘들아 더 많이 해주지 못해 미안해..
너희는 처음부터 이렇게나 조건없는 사랑을 나에게 줬는데..




조금 더 빠르게 힘을 내본다면 올해 취업은 할 거니까
내년에는 반려동물 거주 가능한 곳으로 독립하고 싶다.
아무래도 본가에서 고양이를 키우기에는 글른 것 같아서...
털이 너무 날리고 병원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나는 상관이 없지만 부모님이 힘들어하실 것 같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ㅎㅎㅎ




얼마나 나를 기쁘게 하는지
타고나길 예민한 아이들이 안온하게 살아갈 쉼터가
바로 이곳이다.
길냥생활, 편안하신가요 ㅎㅎ
당신께 받은 사랑으로 나도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