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2025 : 서른 세(만 28) 기록

28. 2월 18일. 선의 총량

늘보고영 2025. 2. 19. 03:41


드로잉이 선이라면 채색은 면이다.
채색 스킬이 부족한 나는 아직 면보다는 선에 끌린다.
그려야 할 선들이 많다. 욕심이 난다.
인생의 겪어야 할 경험에 총량이 있다면 그림에도 경험해야 할 선의 총량이 있다는 느낌이다
그 선의 총량을 채우기 전까지는 채색에는 관심이 안 갈 것 같다.
색을 덧칠할수록 선은 덮히니까. 지금은 선을 선명하게 살리고 싶다.
충분히 선들을 그리고 다듬고 점을 찍어야 내 드로잉은 채워질 것 같다

그림이 원래 이렇게 재미있었나?
나는 왜 지금까지 이런 재미를 모르고 살았지?
아쉽다 너무너무 아쉽다.
더 많이 그릴 것이다.
정점을 볼 거다.
내 그림의 최대치를 볼 거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게?


드로잉에 유난히 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내 그림의 셀링 포인트는 섬세한 선과 순간을 잡아내는 표현력이다.
선을 섬세하게 그리는 건 디자인 할 때부터 갖고 있던 능력이다.
사진에 담긴 순간을 포착해 그 특징을 극대화 시키는 표현력은 최근에 발견했다.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임 끝이다.
역시 재능이란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 꽃 피울 수가 없다.
근데 사실, 처음 시도해 본 거다. 네? 정말이에요.
내가 욕망 하던 능력을 이렇게 빨리 생각보다 쉽게 얻을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나는 즐기는 천재다. 이 그림체에 있어서 만큼은.
노력하는 천재는 즐기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 고로 지금 나는 무적이다.
무지성 일등 하지 말고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이기라고 했던가.
지금 이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이겼다.


물론 트레이싱 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긴 하다.
이 호화 유람선에서 내려 창작이라는 돛단배에 타는 순간
나는 하염없이 또다시 휘청이겠지.
그러니 당분간은 유람선에서 안 내릴 작정이다.
근데 나 지금 왜 이렇게 말 잘하지?
아는 분야라 그런가 말이 술술 나온다.
이거 고대로 책 내도 될 수준인데?


또 여담인데 너무 귀찮아서 음성인식으로 적고 있다.
생각보다 인식률이 좋은데
내가 발음이 좋은 건가 얘가 잘 알아 듣는 건가
거의 수정 안한 거다.
마침표만 좀 찍어줬음 좋겠다.



내일은 영화를 주제로 그릴거다.
참여 중인 그림 모임이 있는데, Discord 에서 함께 모이기로 했다.
어제 본 이터널 선샤인을 주제로 그릴 것이다.
코끼리가 축제에서 멋진 분장을 하고 지나가는 걸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보는 장면이다.
이때 이터널 선샤인의 제목을 구성한 명언이 나온다.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
왜 선택 했냐면 생각보다 별 이유 없다. 그냥 그때 나온 노래가 맘에 들어서 다.
그리고 내가 명언 감성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 제목이 여기서 나왔으니까.
정작 영화의 메세지는 이것과 반대지만.. 여하튼 주제가 가장 함축적으로 드러나는 장면 이긴 해서.
이터널 선샤인은 전체적으로 감성 필름 같은 영화다.
노이즈 낀 질감 필름이 덧씌워진 느낌이다
그래서 그림도 그런 식으로 그려 질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는 첫 도전이다
잘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해 봐야 아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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