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여행자
*스레드 글 수정재업
한 사람당 하나의 우주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모이면 그 자체로 다채로운 색을 품은 다중우주와 같죠. 천체물리에서 다중우주론이 진실인지는 갑론을박이 있으나, 제 나름 인문학으로 해석해보자면 그래요. 누군가가 쓰는 한 줄의 글에서도 얼핏 그 우주는 흘러나오고 있어요. 내가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릴 준비만 되었다면 말이에요. 종종 그 진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제 나름대로 글을 적어 그 진심에 응답하곤 해요. 그러면 문이 열리고, 세상은 저를 또 다른 우주로 데려다주곤 했어요. 내가 속해 있는 이해의 우주 밖에 존재하는 다른 우주로요. 여럿의 우주를 떠돌며 여행하다, 때로는 서로의 우주가 충돌하여 새로운 에너지가 탄생하기도 하죠. 접점에서, 빛을 발하며 에너지가 전환됩니다.
과학에서 모든 에너지는 보존됩니다. 다만 형태를 달리하며 전환이 일어나지요. 이를테면 전등을 켰을 때, 전기에너지는 빛과 열에너지로 바뀝니다. 자동차가 달릴 때, 연료라는 화학에너지는 달리는 힘이라는 운동에너지로 바뀝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당분은 몸속에서 분해되어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되는 에너지로 바뀝니다. 서로의 우주가 충돌하는 에너지는, 새로운 생각이라는 형태로 전환됩니다. 아주 근접했을 때에는 빛을 발하며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기도 하고, 이전의 세계가 멸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에너지는 결국 보존됩니다.
있는 힘껏 아파도 보고, 그래서 고통을 극복하는 근육도 키워보고, 있는 힘껏 행복해도 보았던 사람으로서, 삶은 만만치 않지만 분명 살아볼 만하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삶의 한 순간일지라도 만나고 스치는 모든 인연에 언제나 진심을 다합니다. 결국은 무로 향해가는 이 여정 속에서, 우리 모두는 여행자니까요. 무로 향해간다고 적었지만 사실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비록 부유하는 먼지 티끌로 끝날지라도, 탄생 역시 그러했으니까요. 모든 에너지는 보존되고, 당신과 나의 삶은 우주라는 전체 페이지 속에 기록될 것입니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에 의해서요. 그런 점에서 마치 북유럽의 세계수 위그드라실처럼,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각자의 우주를 여행하며 잠시 스쳐지나갈 때에,
당신의 여행에 행복이 깃들기를 소망합니다.